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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고난주간 일곱째 날 기도문 (성토요일)

by 행투남 2025.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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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수님의 기도

 

기도문 -  "하나님의 침묵 속에 숨겨진 사랑을 신뢰하며"

 

사랑과 진리의 하나님,

 

오늘은 고난주간의 마지막 날,
예수님께서 무덤에 머무르신 성토요일입니다.
그 무엇보다도 조용하고,
그 어떤 날보다도 마음이 무거운 이 시간에
저는 주님 앞에 조심스럽게 나아와 기도드립니다.

어제는 십자가를 바라보며,
예수님의 고난과 죽음을 깊이 묵상하였습니다.
손과 발에 박힌 못, 머리를 감싼 가시관,
그리고 모든 인류의 죄를 짊어지시고 홀로 외치셨던
“다 이루었다”는 그 말씀을 떠올리며
제 마음도 함께 찢어졌습니다.

그러나 오늘,
십자가는 비어 있고,
예수님의 육신은 돌무덤 안에 잠들어 계십니다.
그 무덤 앞에서,
저는 고요한 공허와 묵직한 침묵을 마주합니다.

하늘도, 땅도, 사람들도 아무 말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음성도 들리지 않습니다.
그 어떤 기적도, 말씀이 선포되는 일도 일어나지 않습니다.
이 정적과 침묵 가운데 저는 문득 깨닫습니다.
바로 이 고요한 침묵이야말로
우리가 반드시 지나야 할 영혼의 통로임을 말입니다.


하나님, 저에게도 이런 날들이 있었습니다.

 

삶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슬픔의 순간,
기도해도 응답이 오지 않던 긴 침묵의 날들.
그 어떤 희망도, 위로도 들리지 않았던 시간 속에서
저는 당신이 나를 버리셨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니, 어쩌면 당신이 정말 존재하시는지조차 의심했습니다.

그러나 오늘 이 성토요일을 마주하며
저는 다시금 깨닫습니다.
하나님의 침묵은 결코 부재가 아니며,
그 고요함 속에도 하나님의 구원은 분명히 움직이고 있었다는 것을요.

예수님께서 무덤에 계시던 이 날,
아무도 알지 못했던 시간 속에서도
하나님은 지옥의 권세를 무너뜨리고 계셨고,
죽음을 이기시는 부활을 준비하고 계셨습니다.


주님,

 

저는 기다리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결과를 빨리 보고 싶고,
문제가 곧바로 해결되기를 원하며,
내 뜻대로 일이 풀려야 마음이 놓이는 연약한 자입니다.

하지만 오늘 이 성토요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 같은 이 하루를 통해
저는 배우고자 합니다.

“하나님이 침묵하실 때에도 믿는 것”
“하나님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시는 것 같을 때에도 신뢰하는 것”
이것이 진짜 믿음의 뿌리임을 오늘 저는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님, 저의 믿음을 자라나게 하소서.

 

침묵 속에서 주님을 향한 신뢰가 무너지지 않도록
저를 붙들어 주소서.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귀에 들리지 않아도,
내 영혼이 주님의 임재를 느끼고 확신하게 하소서.

고난의 밤이 길어도,
끝은 반드시 부활이라는 것을 믿게 하소서.
죽음의 어둠이 짙어도,
그 너머에는 생명이 준비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하소서.

이 기다림의 시간을 통해
저의 조급함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는 인내를 배우게 하소서.


주님, 이 침묵의 하루가 거룩하게 하소서.

 

분주한 삶을 멈추고,
세상의 소리에 귀를 닫고,
내 안의 자아를 죽이는 이 시간을 통해
주님의 말씀을 되새기게 하소서.

예수님도 이 하루 동안
무덤에 계시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그 시간에
하나님의 뜻을 이루고 계셨듯이,
저 또한 이 하루를 거룩하게 구별하여
삶의 우선순위를 되돌아보게 하시고,
내 믿음의 뿌리를 깊이 내리게 하소서.


주님, 그리고 제가 이 하루를 허무하게 보내지 않게 하소서.

 

오늘이야말로,
부활의 아침을 준비하는 시간임을 잊지 않게 하소서.
내일의 찬란한 소망을 기대하며,
오늘의 침묵 속에서 기도하고,
회개하고, 깨어 있게 하소서.

그리고 부활의 기쁨을 진심으로 누릴 수 있도록
제 마음을 가난하게, 겸손하게 비우게 하소서.


예수님, 무덤을 이기신 분, 죽음을 이기신 부활의 주님,

 

오늘은 비록 무덤에 계시지만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돌무덤은 결코 주님을 가두어둘 수 없다는 것을.
사망이 당신을 영원히 붙잡을 수 없다는 것을.

그러니 오늘의 고요함이 절망이 되지 않게 하시고,
이 하루의 정적이 곧 회복의 전주곡임을 깨닫게 하소서.


주님, 이 성토요일을 믿음으로 통과하게 하소서.

 

고요한 무덤 앞에서,
무릎 꿇고 기다리게 하시고
내일의 부활을 맞이할 준비를 하게 하소서.

이 모든 말씀,
죽음을 이기시고 부활의 생명을 우리에게 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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